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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새해에 100세 되시는 할머니 찾아뵈니


언제나 그렇듯..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가고 새해를 기다리는 2009년의 마지막 날~
연 초에 세웠던 수많은 계획들은 몇 개나 지켜졌는지 알 수 없고, 또 다시 '내년이 되면 꼭 ㅇㅇ만은 해야지' 하는 결심을 하게 된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나 설레고 의미가 깊겠지만, 그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 분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바로 우리 '왕 할머니!!' 올해 연세가 99세인 할머니는 새해가 밝으면 100세가 되신다. 나에겐 증조모가 되시는데, (외할아버지의 어머니) 아직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다. 시골에 계셔서 뵌지도 오래되었고 연말을 맞아 안부도 물을 겸 할머니 댁을 방문하였다.

* 왕할머니 연세 : 오늘까지 99세..ㅋ
* 관계 : 외할머니의 시어머니







(지난 크리스마스에 다녀온 것을 오늘에서야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ㅎㅎ) 이번 방문은 외할머니와 함께 하였는데, 외할머니는 종종 음식을 장만하셔서 왕할머니 댁을 방문하신다.  이 날도 새벽 5시에 일어나셔서 오리고기도 조금 삶고 그 육수로 죽을 끓였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소화가 잘되는 죽이 좋을 것이고, 그 옆에는 내가 들고온 고구마도 같이 놓았다.

오전 10시에 출발 예정이었는데, 택시가 조금 늦게 오는 바람에 30분 가량 지체되었다. 콜택시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달려서 성산포 고성에 있는 왕할머니 댁에 도착하였다. 왕할머니는 많은 연세에도 혼자 생활을 하고 계신데, 시내로 모시려고 해도 당신 집이 좋고 편하다며 한사코 고집을 부리신다. 대신 근처에 사시는 친척분이 자주 왕래하시며 살펴주고 계신다.  




<왼쪽 : 외할머니 / 오른쪽 : 왕할머니>



방에 들어서자마자 외할머니는 왕할머니가 연세가 많은신데 혹시 겨울에 감기나 들지 않을까 염려하여 바닥부터 만져보셨다. 왕할머니는 99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하시다. 이런 말씀드리면 좀 그렇지만 손에 뭐가 난 것 같다며 외할머니께 보여주는 모습이 상당히 귀여우셨다..ㅎㅎ 






내가 사진을 찍어드리겠다고 하니 단정해야 한다면서 곱게 머리를 빗으시는데, 놀러오셨던 친척분이 더 꼼꼼하게 만져주셨다. 그리고 바로 1, 2, 3 김치!!
에구..우리 왕할머니 눈 감으셨네 ㅋㅋ 99세 시어머니와 78세의 며느리의 모습. 역시 장수의 고장 제주도 다운 느낌이다.





두 분의 사진을 찍고, 왕할머니께 큰 절을 올렸다.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을 대신해 한동안 나를 돌봐주셨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정이 있다. 외할머니는 잠시 친척분과 말씀을 나누시고 나는 왕할머니께 가져온 음식과 빵을 드리고 잠시 주위를 돌아보고 있었는데, 왕할머니께서 팔을 뻗으면 닫을 거리에 놓여있던 주전부리가 눈에 띄었다. 어떤건가 해서 봤더니~ 달달한 과자가 아닌가..ㅋ 왕할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간식거리라고.. 아무래도 연세가 많으셔서 치아가 약하시다보니 부드러운 종류를 주로 드신다고 하셨다.

12시가 되어 외할머니께서 장만해오신 오리죽으로 점심을 차려드린 후, 다른 일정이 있어 인사를 드리고 시내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건강하시다고 해도 내일이면 100세가 되시기에 내심 걱정이 되긴 하였다. 외할머니께서도 직접 모시려고 해도 그 고집을 꺾지 못한다며 안부 전화 자주 드리면 된다고 하셨다. 왕할머니도 그렇지만 우리 외할머니 연세도 만만치 않으신데..
'안부전화 자주 드리기'가 쉬워보여도 이래저래 생활하다보면 깜빡하기도 하고 잘 신경을 못쓰게 된다. 그런데 오늘 할머니들을 뵈면서 이제 새해가 되면 한 달에 두번씩은 꼭 안부전화를 드려야 겠다고 결심했다. (방문도 하고..)

* 할머니께 안부전화 드리는 날 : 매달 5일 20일..

그동안 잘 챙겨드리지 못했던 것이 부끄럽긴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지금껏 그분들께 받은 사랑을 보답해드려야겠다.


왕할머니, 외할머니~ 2010년에도 꼭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