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리아빠가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지난 주, '아버지의 집'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부모는 자식의 영원한 방패막이가 되고 보듬어주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되새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너무 가까이 있어서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우리 아빠의 사랑을 사소한 것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특별히 가리는 것은 없지만 다소 입이 짧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고구마'이다. 고구마만 있으면 하루종일 밥도 안먹고 그것만 먹는 일도 다반사.. 삶아 먹기도 하고 구워먹기도 하고 심지어는 고구마를 볶아 먹기도 한다.ㅎㅎ
이렇게 고구마를 좋아하다보니 겨울이 되면 우리집엔 늘 고구마가 준비되어 있는데, 삶아진 정도에 따라 엄마와 내가 좋아하는 기호가 좀 다르다.




나는 밤 고구마 스타일의 적당하게 삶아진 것, 엄마는 푹 삶아진 무른 고구마를 좋아하시는데 주로 엄마 스타일의 고구마를 먹게되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요리를 주로 하시니..ㅎ)

그런데 퇴근 후 출출해진 배를 잡고 주방에 들어가 보니 식탁 중앙에 먹음직스럽게 삶아진 고구마들이 놓여있었다. 자주 고구마를 먹으니 으레 그러려니 했는데, 이상한 것은 흰 티슈 위에 몇 개의 고구마가 놓여져 있다는 것이었다. 티슈 위에 있는 고구마는 뭘까? 생각하며 엄마께 물어보았더니..

" 오늘은 아빠가 고구마를 삶으셨는데, 니가 좋아하는 정도로 삶은 것은 미리 꺼내고 엄마가 좋아하는 건 좀 더 익힌 거야~ 그래서 딸이 좋아하는 것은 따로 표시해 두신다는게 티슈 위에 놓은 것인가 봐.."




왼쪽 티슈 위에 있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고구마였다. 내가 퇴근했을 때 아빠는 잠시 외출하셨는데, 고구마에 그런 사연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는 괜시리 가슴뭉클함을 느꼈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애교도 없어 무뚝뚝하게 대하는 딸을 항상 이해해 주시는 우리 아빠.. 비록 사소한 고구마일지라도 내가 좋아하고 더 잘 먹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써 주신 아빠의 모습이 떠올라 한동안 멍하니 고구마를 바라만 보았다.




그런 고구마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감동(?)적이고 감사했는데 한편으로는 웃음이 났다. 이렇게 고구마를 직접 삶으시면서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리고 혹시나 섞여 버릴까봐 티슈 위에 따로 올려놓으셨다는게 참 우리아빠 답다고 생각했다.ㅎㅎ

항상 티격태격하지만 속으로는 늘 나를 제일 생각해주고 사랑해주시는 우리 아빠.. 아빠의 흰 머리와 주름을 보면 지나간 세월의 고단함이 절로 느껴진다. 고생 참 많이 하셨는데...매번 '부모님 걱정시켜드리지 않고 잘 해드려야지..' 생각하지만 살다보면 또 짜증을 부리게 되고 사고를 치게된다. 이제는  나도 철 좀 들었으니 생각보다 실천으로 옮기는 횟수를 늘리려한다. 부모님께 잘 해야 한다는 게 당연한 것이지만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빠가 삶아주셔서 그런지 왠지 더욱 맛있었던 고구마.. 덕분에 이 날 저녁은 고구마로 해결했다~ㅋ




아빠~ 고구마 정말 맛있었어요!!  저도 잘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