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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닳고 헤진 구두를 보며 눈물났던 이유


나에겐 한 살 차이가 나는 오빠가 있다.
나이로는 한 살 이지만 외모로나 내적(?)인 면으로 볼 때 그보다 훨씬 듬직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어려서부터 부모님께서는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오빠와 함께 보냈다. 밖에서는 항상 오빠 친구들과 축구하면서 놀고, 집에 오면 레슬링하면서 놀고..괜히 오빠 친구집에 따라가고..--;;  다른 친구들을 보면 오빠와 자주 싸우고 그랬다는데, 우리 오빠는 싫은 내색하나 없이 오히려 나를 더 챙겨주었다.

그렇게..서로 나이가 들고 지금은 20대 중후반의 직장인으로 살아가다 보니, 한 집에 살면서도 주말이면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오빠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던 중 잠깐 외출을 하려고 신발장을 열었는데..




우연히 오빠의 구두가 눈의 띄였다. 슬쩍 봐도 구두 앞쪽 헤어진 구멍이 한 눈에 보였다... 오빠는 유통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말이 좋아 사무직이지 사실 거의 외근을 한다. 워낙 활동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여름이면 늘 셔츠가 땀에 젖어 있고 이렇게 구두도 항상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그냥 그러려니..본인 하는 일이 그런 것이니 뭐 어쩔 수 없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오빠의 닳고 닳은 구두를 보니..참 미안했다ㅠ






나 역시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오빠가 보너스를 받거나 월급 외 적으로 무언가 생길 때..별 생각없이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곤 했다. 그러면 오빠는 장난으로 튕기지만 결국 손에 물건을 얻는 건 나였다. 이번에도 지난 추석 때부터 노래를 불렀던 코트를 받기로 약속을 받았는데...오빠의 구두를 본 순간 이런 내가 너무 철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동생이라는 이유로 늘 기댔던 나를 오빠는  아무 말 없이 받아주었고 챙겨주었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오빠가 있는 나를 부러워 했다. 난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고...ㅠ

자신은 제대로된 옷을 잘 사입지도 않으면서 항상 나에게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묻는 우리 오빠..
가끔 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거나 밥상을 차려주면 해맑에 웃으며 너무 맛있다고 말하는 우리 오빠..
어릴 때부터 늘 내 맘속에 기둥인 우리 오빠..

이번 주말에는 늘 받기만 했던 철없는 동생이 오빠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야 겠다. 누구도 받지 못했을 한달 앞선 크리마스 선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