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어머니를 여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10월 17일 늦은 밤..
친구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막 잠에 들려했던 나의 몸은 그대로 얼음이 되어 버렸다.

'저기..ㅇㅇ어머니가 돌아가셨어.. 우리 내일 장례식장에 갈껀데, 갈 수 있어?'

'물론, 당연히 가야지...'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친 후, 나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나이 26..내 친구의 나이도 26.. 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읜 분들도 있겠지만, 26세의 미혼인 친구가 어머니를 여의었다는게 나는 마음이 아팠다. 나름대로 일을 하면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나이지만 곧 결혼 적령기를 맞이하고, 주위에 시집가는 친구들이 친정 엄마와 함께 준비를 하는 것을 볼 때, 자신은 그들과 조금은 다름을 느낄 때 마음 한 구석이 얼마나 아플까..
나이가 들수록 딸은 엄마와 친구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모녀사이는 각별한 정이 통한다. 영화 <애자>에서도 볼 수 있듯 겉으론 티격태격 하지만 속으로는 늘 서로를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이 큰 관계가 바로 모녀사이다. 그 친구 역시 형제 자매가 없어서 그런지, 엄마와의 사이가 각별했었다. 음악을 전공해서 공연이 있을 때면 항상 어머니가 꽃다발을 들고 축하를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참 보기 좋았는데..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어제(18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회사를 다니면서 직장 동료의 조모/조부상은 몇 번 가본적이 있지만, 친구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만큼 애도의 마음과 긴장감은 더 컸다.
방문한 시간은 때마침 가신 분을 기리는 시간이어서 잠시 친구를 기다렸다. 약 10분 후 친구를 만날 수 있었는데, 걱정했던 것 보단 씩씩함을 유지하려고 하는 친구 모습에 내가 더 울컥했다. 예고 없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충격이 더 컸을 꺼라고 미리 이야기는 들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그 아이는 평소 내가 알던 모습보다 더 강해보였다. 친구의 본 모습을 예전엔 왜 미처 몰랐을까..

오늘 아침..
친구는 정말 어머니를 떠나 보냈다. 나는 차마 그곳까지 따라가진 못했지만, 친구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충분히 전달되는거 같았다. 어제까지는 그래도 주위에 사람들도 많고, 정신이 없어서 그랬지만 이제 집에 가서 일상생활을 하게 되면 그리움이 더 커지겠지..

TO.
친구야...힘내... 이 말밖엔 못하지만, 우리가 너의 위안이 됐음 좋겠어..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놀랐는데 넌 더 믿기지 않았겠지..

우리가 알고 지낸지 벌써 7년이 됐구나. 널 처음 봤을 때, 사실 오해도 많이 했었어.
내가 너무 속이 좁았던 거지..

평소에도 항상 밝았던 너..어제도 그래보이려 무척 애쓰던 너를 보면서
오히려 내가 안심이 됐었어..

이제, 얼마동안은 너에게 시간이 필요할꺼 같아..그 시간 만큼은 오직 너를 위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하지만 너무 오래 힘들어 하진 말구..

지금 너에게 긴 말은 하지 않을께..힘내라, 내 친구..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