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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姓)이 '황 씨'여서 슬펐던 이유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사람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그 분의 이름은 '박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 무려 17자 였다. 대부분 2-4자 정도의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려 4-8배 더 긴 것이다. 때문에 주민등록증에는 이름이 두 줄로 되어 있다고 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약간 특이한 이름만으로도 어릴 때는 쉽게 놀림감이 될 수 있는데,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개명 할 생각이 없다고 하였다.



여기서 실명을 공개하긴 좀 그렇지만, 사실 나는 어릴적 내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더 자세히 말하면 '성(姓)' 때문에 나름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내 이름에 굉장히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어린 마음에 투정아닌 투정을 부렸던 것 같다.ㅎㅎ 

내 姓은 '황 씨'..  어찌보면 그렇게 특이하지 않은 성씨인데, 학교 다닐 때 보면 한 반에 거의 한 두명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생일로 번호를 매기기 때문에 중간정도에 속해 있었지만, 중고등학교 때는 '성'으로 번호를 매겨서 항상 맨 뒤였다. 간혹 전학생이 오는 경우에만 내 뒤에 사람이 있었고..^^;;

[나의 에피소드]



1. 항상 처음 아니면 맨 뒤..

선생님이 숙제 검사나 무엇을 시킬 때, 아니면 차례대로 줄을 지어야 할 때 보통 번호 순서대로 진행하는데, 나는 맨 뒷번호여서 정말 '모 아니면 도'였다. 뭘 받아갈 때면 1번 부터 차례대로 하기 때문에 39명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고 운이 없는 날, 선생님이 갑자기 마음이 변하시는 날에 '앞에 얘들이 하는 거 보고 따라해야지..라거나 앞 사람들이 할 동안 내가 못했던거 빨리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오늘은 맨 뒤부터....' 라고 하면 끝장이었다. --


2. 별명은 맨날 '황소'

또 어릴 때는 보통 이름으로 별명을 짓게 되는데 나는 '황 씨'다 보니, 별명이 '황소' '황고집' '황금박쥐'..--;;  뭐 이런 것이었다. 이왕이면 '황금' 뭐 이런것도 괜찮은데..ㅋ


3. 출석부에서 이름이 눈에 띈다.

한 반에 '김 씨, 이 씨, 박 씨, 정 씨' 등 두루두루 아이들이 있는 경우 좀 뭍어갈 수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우리 반에 꼭 1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눈에 쉽게 띄었다. 그래서 아이들 틈에서 좀 뭍어가고 싶은데, 선생님들이 출석부를 보면서 '황ㅇㅇ~ 이거 해봐' 라고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뜨끔' 한 경우가 좀 많았다. 사춘기 시절엔 조용한 교실에서 좀 뭍어가고 싶은 경향이 컸기 때문에..ㅋㅋ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내 이름을 사랑한다. 부모님이 직접 지어주신 이름이고 남들과 조금은 다른 부분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이름은 정말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평생 내 존재를 나타내 주는 만큼 신중하게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이름에는 의미가 담겨져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내 2세에게는 보편적인 이름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글 이름이 한창 유행이었을 때, '강아지, 꿈나라' 등으로 많이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름만으로는 참 예쁘지만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 호칭으로 사용하기엔 좀 어색할 것 같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임ㅎ) 보편적이지만 촌스럽지 않은 그런 이름.. 그러면서도 뭔가 의미가 있는.. ^^

한번 찾아보면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많을 거 같은데..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ㅎㅎ